CV / 이력서 작성 요령

이력서는 왜 잘 써야 하는가?

이런 당연한걸 왜 묻는걸까?

당연히 지원/취직/이직에 성공하기 위해서이다.

좋게 써야지 나를 잘 봐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 다르게 질문을 해보자.

‘좋은 이력서는 지원 과정에서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가?’

이 질문에도 똑같이 ‘합격’이라는 좋은 효과를 불러온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좋은 이력서 하나만으로는 모든 면접과정을 통과할 수는 없다.

또, 반대로 이력서가 안좋은데 합격하는 경우 역시 없다.

그렇기에 이번 글은 이력서의 목적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좋은 이력서를 적기 위한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 이력서 전략

이력서의 목적에는 두가지가 있으며 각각의 중요도는 다음과 같다.

  1. 서류전형 통과 (70%)
  2. 면접전형 중 질문거리 제공 (30%)

이력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그 뒤의 1차/2차 면접을 준비한들 의미가 없다.

우선 알아야할 것은,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 이력서를 검토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규모 회사의 경우 해당 포지션의 팀 리더가 이력서를 검토하고 서류전형의 합/불을 판단한다. 그리고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사팀이 이력서를 검토하고 서류전형의 합/불을 판단하게 된다. 지원자가 많아질수록 팀 리더가 이력서를 검토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누가 이력서를 검토하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각각 전략을 맞춰 세울 수 있다.

팀 리더가 이력서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기본적인 조건들을 충족하는지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선 채용공고에 적힌 필수 조건들을 충족한다는 점을 최대한 어필해야한다.

이러한 필수 조건들을 대부분 “XX분야에 대한 경험 보유자” 정도로 뭉뚱그려져있다. 이는 “XX분야를 직접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점들을 경험한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특정 디테일들을 잘 적어주면 좋다.

팀 리더가 이력서를 검토할 때 고려하는 다른 하나의 점은, 팀 내부적으로 “XX분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라는 희망을 충족시키는 점이 있는지이다. 내 이력서가 내가 지원하는 팀의 내부적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점들이 적혀있다면, 종종 특정 다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팀에서 선호하는 지원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니즈는 그러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평소에 네트워킹을 충실하게 하였다면 팀 리더와 이미 안면을 텄을 수도 있다. 또, 링크드인과 같은 SNS 등을 통해서 해당 팀 리더에게 직접 연락하여 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

아직 학생이라면, 그냥 철면피 한번 깔고 “회사에 관심있습니다! 10분만 시간내주세요!” 또는 “커피 한잔 사주세요!”를 외쳐보자

인사팀의 경우 2가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첫째, 인사팀이 키워드만 검토하는 경우이다.

중/대형 회사처럼 팀장이 모든 이력서를 검토하기에는 매일 너무 많은 이력서가 들어오는 곳에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30초~1분 내로 이력서 스캔이 끝나며, 하루에 몇백개씩 이력서가 들어오는 글로벌 회사의 경우 이력서 스캔에 5초가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에는 AI 이력서 검토 시스템을 사용해서 키워드를 뽑아내 적합도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AI 기반 이력서 검토 시스템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이 경우, 이력서에 오타 안내고, 학점 적당히 잘 받고, 채용공고에 들어가있는 키워드만 그대로 적어넣으면 왠만하면 서류전형 통과할 수 있다.


둘째, 인사팀이 제대로 이력서를 검토하는 경우이다.

보통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이해를 가진 인력이 (e.g. Technical recruiter) 인사팀에 있을 때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최대한 키워드를 유지하면서 ‘내가 어떤 좋은 효과를 팀/프로젝트에 가져왔는지’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종종 이력서에 대한 역질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최대한 프로답게 (i.e. 신속하게 답하기 + 충분한 내용을 간결하게) 답해줘야한다. Technical recruiter는 우리가 지원하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첫인상만을 판단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최대한 프로답게 보이는 것이 좋다.

 


이력서 적는 방법

이력서를 단 1장 적는 것이라면 이번 파트를 무시해도 좋다.하지만 대부분 취직/이직을 할 때는 동시에 여러 곳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섹션에서는 여러 곳에 지원할 때 효율적+효과적으로 이력서를 적는 방법을 소개한다.

 

0. ‘이력서를 적고 뿌린다?’ (스포일러: 절대 안됨)

자XX닷컴, 원XX, 링XXX 등과 같이 단 하나의 이력서를 만들고 지원 포탈을 통해서 여러 회사에 뿌리는 서비스가 많이 있다.

또는, 재학중인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이력서 템플릿’에 모든 이력을 적어서 학교가 여러곳에 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력서를 낼 때 이런 방식은 정말 최악이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고,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하나의 경력만으로 모든 직무에 지원할 수 없다. 포지션마다 요구하는 기술/경험의 특성이 다르고, 각각의 회사/필드는 그것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뽑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떤 포지션에 지원할 때는 해당 포지션에 걸맞게 이력서를 큐레이션해서 적은 후 제출하도록 하자.

 

1. 포지션 탐색

이력서를 적기 전에 우선 가장 먼저 내가 지원하려는 포지션에는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이 제일 뽑힐 확률이 높을지를 고민하며, 내가 부족한 부분을 찾아야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찾았은 후 이러한 점들을 채우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한다.

해야하는 일들의 우선순위와 각각의 일들을 해내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하여 중요한 순서부터 해내야한다.

우선순위를 정할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정할 수 있다.

  1. Near->Far : 채용공고에서 요구하는 기술/경험과 정확히 매칭되는 것들부터 먼 순서대로
  2. Tangible->Intangible : 공식적으로 결과물이 남는 것들부터 그렇지 않은 순서대로

CS분야 연구자로 예시를 들었을 때, 준비할 수 있는 것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겠다.

  • 학력 / 경력
  • 연구 프로젝트 경력
  • 논문/학술지 게재
  •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 경력 + Github 코드
  • 기술 블로그 + 스터디 + 세미나 발표 + 논문 리뷰
  • 대회 + 온라인 코딩사이트 레벨 올리기 + 캐글 레벨 올리기

JD에서 요구하는 경험/경력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지원하는 것은 무모한 것이다. 종종 JD에서 요구되지는 않았지만 남들을 상회하는 특별한 경험/경력을 가진 경우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e.g. 3년차지만 5년+ 포지션에 지원하는 경우),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면접과정에서 설명을 거쳐서 설득에 성공해야지만 가능한 것이다. 서류단계에서 엄청난 경쟁률이 있는 곳 (e.g. 글로벌 투자은행 신입 지원) 같은 곳에서는 이런 방법은 절대 통하지 않으니, 요행을 바라지 말고 JD의 요구사항을 맞추는 데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2. Long CV 작성

JD에서 요구하는 내용들을 충족하였다면 Long CV를 적는다.

Long CV는 지금까지의 모든 이력/경력을 페이지 제한 없이 전부 그냥 다 적어내는 것이다.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는다.

  • 이름
  • 인적사항 & 연락처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 링크 (Github, Slideshare, Medium, Twitter)
  • Summary
  • Employment
  • Education
  • Research experience (연구직 한정)
  • Projects
  • Skills
  • Conference talks
  • Teaching
  • Certificates & Awards (또는 Scholarships & Awards)
  • Community experience
  • Extra-curricular activities

사진은 넣지 않는다. 국내는 아직 넣는게 관행이지만, 해외 지원의 경우 특정 나라에서는 사진을 넣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Long CV는 제출용이 아니며, 이후 지원하는 포지션마다 큐레이션해서 적는 Short CV를 적기위한 데이터 풀이라고 할 수 있다.

Long CV를 잘 적어두면, 이후 지원하고 싶은 포지션이 생겼을 때 필요한 내용들만 복사+붙혀넣기해서 빠르게 Short CV를 만들 수 있다.

Long CV를 적을 때 기본적인 디자인 요소까지 고려해서 적어야한다. 폰트는 어떤 것을 쓰고, 마진은 어느정도가 되고, 헤딩1/2/3의 위치, 좌측/우측 정렬 등등에 대한 것들을 미리 만들어놓아야한다.

CV에는 두가지 디자인이 많이 사용된다 (+ 노션 CV…).

그래픽 CV 템플릿은 온라인 CV 빌더 서비스를 이용해서 빠르고 이쁘게 CV를 적는 방법이다.

색깔이 알록달록한 편이기 때문에 눈에 확 띄는 CV를 적을 수 있고, 또 왠만한 폰트/마진 등과 같이 귀찮은 설정들이 이미 다 잘 되어있기 때문에 빠르게 CV를 적을 수 있다.

필자는 대학생 때 novoresume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CV를 만들고 사용했었다.

당시에 이 방식을 사용했던 이유는 ‘MS Word로 줄 간격도 잘 못맞춰서 삐뚤빼뚤 적은 수많은 사회초년생 CV들 중 눈에 띄고싶어서’였다 (i.e. ‘날좀보소’ 전략). 실제로 잘 먹힌 전략이였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면서 프로들의 세계로 오면서 클래식 템플릿으로 바꾸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프로답게 보이고 싶다면 무조건 이 템플릿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색깔과 그래픽적 요소를 다 빼고 글만 있는 형태이다.

디자인적 요소로 어필하는 것이 아닌, 순전히 내용만으로 어필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기억이 훨씬 강렬하게 남는다.

이러한 디자인은 MS Word로도 적을 수 있지만, 워드의 경우 줄맞춤이 굉장히 귀찮기 때문에 LaTeX 템플릿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 이미지가 LaTeX로 작성했을 때 보이는 형태이다.

개인적으로 비추이다.

이쁘게 적을 수 있고, 길게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왠만한 회사들에서는 pdf 형태의 CV를 요구한다.

pdf CV는 대충 적어놓고 ‘노션에 제대로 잘 적어놨어요~’하는 경우를 몇번 본 적이 있는데, 이 경우는 전략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CV를 잘 적고 노션링크를 첨부한 경우에는 좋지만… 대부분 CV에서 적은 내용이 노션 링크에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CV는 pdf형태로 잘 적고 프로젝트 디테일 등을 노션으로 이쁘게 표현하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잘 적은 CV만으로도 5초 안에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노션은 렌더링에만 최소 3초는 걸린다.

Long CV를 적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CV를 적어야할 때 마다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는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이전에 적어둔 Long CV가 있다면, 당시에 적어놨던 내용 + 그때부터 새롭게 했던 일들을 추가하기만 하면 새로운 Long CV가 빠르게 만들어진다.

 

3. Short CV 작성

드디어! 지원하려는 채용공고에 맞춰서 Long CV -> Short CV로 정제한다.

우선 Short CV는 신입이라면 무조건 1장 안에 작성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주니어라면 가능하면 1장 / 불가능하다면 최대 2장 안에 작성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e.g. 낸 논문이 많다던지… 받은 장학금이 너무 많다던지…).

Short CV에는 검토자로써 나를 뽑고싶게 만드는 내용’만’ 적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채용공고에 적힌 키워드를 그대로 매칭하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내용부터 순서대로 적는다. 채용공고에서 어떠한 전문성을 요구하는지 잘 이해하고 적어야한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의 경우 전문성은 학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순서를 가진다.

  • 학위/학점
  • 기업/랩실 인턴 경험
  • 논문
  • 사이드프로젝트
  • 스킬
  • 관심사를 보여줄 수 있는 아무거나

어디 대학을 나왔는지는 요즘 tech 쪽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학점은 성실함의 지표처럼 보기도 한다.

컨설팅 분야와 같이 특정 업계에서는 아직도 ‘XX대학출신만 받음’ 같은게 있긴 하다.

주니어의 전문성은 경력과 프로젝트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순서를 가진다.

  • 경력
  • 프로젝트
  • 스킬
  • 연구경험(연구직한정)
  • 학위
  • 관심사를 보여줄 수 있는 아무거나

종종 빈 공간이 남기도 한다. 우선 CV에 빈 공간은 있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관련이 없는 내용을 넣어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관련이 없는 내용을 넣기보다는 폰트와 마진을 조정해서 한눈에 들어오는 Short CV를 만들자.

영문 CV의 경우 모든 문장은 무조건 동사로 시작한다 (e.g. I made a program that does … -> Developed a program for …). 알맞은 동사를 적어주는 것으로 임팩트를 제대로 줄 수 있다. 자주 사용되는 동사로는 Analyzed, researched into, Dev toolseloped, implemented, maintained, improved, built가 있다. 예외의 경우도 있는데, 첫째로는 Summary 섹션을 작성할 때는 제대로 문장을 작성해야하고, 두번째로는 포지션을 이야기할 때는 (e.g. Tech Lead for team) 동사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점 이다 (하지만 그닥 추천하지는 않는다).

Short CV의 작성이 끝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동기, 교수님, 선배, 후배 다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자. 내가 적은 CV가 좋은지 아닌지는 절대 본인이 알 수 없다. 피드백을 받으면 ‘XXX한 이유로 그렇게 적었는데~’ 하면서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겸허히 받아드리고 고치자.